생활물가를 흔드는 담합, 어머니 입장에서는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살아보니 장바구니 물가는 늘 사람 마음을 먼저 건드립니다. 특히 밀가루처럼 빵, 라면, 과자, 국수로 이어지는 기본 재료는 한 번 오르면 체감이 아주 큽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7개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을 적발하고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 무겁게 들립니다. 단순히 기업 몇 곳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식탁과 외식비까지 건드리는 구조적 문제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담합 행위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를 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2010년 LPG 담합 사건 때의 6689억원을 넘어섰으니, 공정위 내부에서도 “더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이 분명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 하나입니다. 결국 소비자는 늘 마지막에 비용을 떠안는다는 사실입니다.
왜 밀가루 담합이 더 질이 나쁜가 밀가루 가격
밀가루는 원맥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합니다. 이런 품목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려가면 내려가는 대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그런데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이 7개사는 원가 상승기에는 인상폭과 시기를 맞췄고, 원가 하락기에는 하락분 반영을 늦췄습니다.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할 가격을 서로 맞춰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이 담합이 짧은 기간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진행됐고, 총 24차례에 걸쳐 공급가격과 물량 배분을 조율했다고 합니다. 대형 수요처에는 가격과 물량을 나눴고, 중소형 수요처와 대리점 등 전 거래처에는 공급가격을 맞췄습니다. 이런 방식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시장 전체를 서서히 왜곡시키는 전형적인 담합입니다.
사실 담합은 소비자가 바로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한 번 올라가면 빵값, 과자값, 라면값처럼 생활 전반으로 번집니다. 밀가루를 쓰는 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버티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결국 가계는 이중 삼중으로 압박을 받게 됩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하다
이번 사건에서 공정위가 제시한 수치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7개사는 국내 B2B 밀가루 시장에서 2024년 매출액 기준 87.7%를 차지하고 있었고, 관련매출액은 약 5조6900억원으로 산정됐습니다. 담합에 따른 가격 상승도 뚜렷했습니다. 담합이 시작된 2019년 12월과 비교해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격은 제분사별로 약 38%에서 최대 74%까지 올랐습니다.
이 정도면 단순한 가격 변동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시장 지배력이 큰 사업자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래처럼 보면 흐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항목 | 내용 |
|---|---|
| 담합 기간 | 2019년 11월 ~ 2025년 10월 |
| 담합 횟수 | 총 24차례 |
| 회의 횟수 | 총 55회 |
| 시장점유율 | 87.7% 또는 88% 수준 |
| 과징금 총액 | 6710억4500만원 |
| 관련매출액 | 약 5조6900억원 ~ 5조8000여억원 |
담합 시작 시점 대비 2022년 9월
제분사별 상승률 ■■■■■■■■■■■■■■■■ 38%
제분사별 상승률 ■■■■■■■■■■■■■■■■■■■■■■■■■■■■ 74%
이 수치는 그냥 숫자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물가에, 단기적으로는 중소 제과·제면업체의 원가 구조에 직접적인 압박을 줍니다. 결국 시장의 맨 아래쪽부터 부담이 쌓이는 구조입니다.
공정위가 가격 재결정 명령까지 꺼낸 이유 가격 재결정 명령
이번 제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입니다.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담합 이전 수준으로 다시 산정하도록 하는 조치인데, 이번이 역대 세 번째라고 합니다. 지난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때도 가격 재결정명령이 있었고, 그 뒤 약 5%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습니다.
이번에는 단순한 과징금만으로 끝내지 않고, 향후 3년간 밀가루 가격 변경 현황을 연 2회 서면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처벌을 넘어 시장 감시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살아보니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한 번의 벌금보다 반복적으로 들여다보는 감시입니다. 가격을 제멋대로 움직이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또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를 보였습니다. 담합 사건은 평균적으로 300일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4개월여 만에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담당 과장을 포함해 5명이 태스크포스를 꾸렸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민생 품목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는 뜻입니다.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는 실효적인 행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경쟁을 회복하는 조치로서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시켰다.”
이 사건이 남긴 것, 결국 시장 신뢰의 문제다
이번 담합은 과거 제재 전력이 있는 업체들이 다시 같은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더 실망스럽습니다. 2006년에도 밀가루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데, 다시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을 흔들었다는 것은 기업 윤리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관리 실패로 봐야 합니다. 특히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471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던 시기에도 담합이 이어졌다는 대목은 쉽게 넘어갈 수 없습니다.
공정위는 7개 제분사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미 임직원 14명에 대한 고발 조치도 마쳤습니다. 검찰도 별도로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한 상태입니다. 즉, 행정 제재와 형사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시장을 믿고 거래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이중 구조가 오히려 당연해 보입니다. 잘못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밀가루는 흔하지만 결코 가벼운 품목이 아닙니다. 라면 한 봉지, 식빵 한 덩이, 과자 한 봉지의 뒤에는 이처럼 복잡한 공급망과 가격 구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을 합니다. 먹거리 가격은 단순히 “비싸다, 싸다”로 볼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움직였는지 끝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정한 시장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지켜야 하고, 또 누군가는 끝까지 감시해야 합니다.
